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펫코노미 확장, 비지니스 기회, 준비해야 할 것)
요즘 동네를 걷다 보면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본다. 예전에는 아이들 놀이터가 북적였다면, 이제는 반려동물 놀이터가 더 활기차다. 통계를 보면 더 실감난다. 2024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섰고, 반려동물 수는 1,500만 마리에 육박한다. 이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한국 사회의 가족 구성과 소비 패턴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그리고 이 변화는 펫코노미(Pet+Economy)라는 새로운 경제 영역을 만들어냈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이미 6조 원을 넘어섰고, 2027년에는 1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부품 산업이나 화장품 산업과 맞먹는 규모다. 단순히 사료와 간식을 파는 수준이 아니다. 반려동물 보험, 호텔, 장례, 심지어 심리 상담까지 등장했다. 사람 못지않은 대우를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이 현상을 단순히 '요즘 사람들이 강아지한테 돈을 많이 쓴다'로 치부하면 안 된다. 그 이면에는 저출산,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같은 사회 구조적 변화가 깔려 있다. 아이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소비는 자연스럽게 반려동물에게 집중된다. 펫코노미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연구 대상이 됐다. 기업들은 이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정부는 관련 제도를 정비하며, 투자자들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한다. 그렇다면 펫코노미는 구체적으로 어떤 산업들로 구성돼 있고, 왜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걸까? 그리고 이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떤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펫코노미 확장, 단순 소비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
펫코노미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사료와 간식 시장이다. 이 분야는 펫코노미의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다. 과거에는 마트에서 파는 저렴한 사료면 충분했지만, 요즘 반려인들은 다르다. 원재료 확인은 기본이고, 무첨가, 저알러지, 그레인프리 같은 키워드를 꼼꼼히 따진다. 사람이 먹는 식품만큼이나 까다롭게 고른다.
사람 먹는 것보다 더 신중하게 고르는 것 같다.
그래서 프리미엄 사료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로얄캐닌, 오리젠, 아카나 같은 해외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국내에서도 네이처스버라이어티, 그리니즈 같은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료만이 아니다. 수제 간식, 영양제, 건강 기능식품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반려동물 건강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좋은 걸 먹여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이 트렌드는 프리미엄화로 이어진다. 가격이 비싸도 품질이 좋으면 구매한다. 실제로 펫푸드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온라인 구매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쿠팡, 마켓컬리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정기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다음으로 주목할 분야는 반려동물 용품이다. 목줄, 옷, 침대, 장난감, 식기 등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이것도 그냥 기능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다. 디자인이 예뻐야 하고, 감성적이어야 한다. SNS에 올렸을 때 '인생샷'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반려동물 용품 브랜드들은 디자인에 공을 들인다. 펫츠비, 도그포즈, 펫니쳐 같은 브랜드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반려동물 의류 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겨울 패딩부터 여름 쿨링복까지, 사람 옷 못지않게 다양하다. 그리고 반려동물 가구 시장도 주목받는다. 고양이 타워, 강아지 계단, 펫 하우스 등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는 제품들이 인기다. 이제 반려동물은 집안의 한 구성원이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공간도 세심하게 꾸민다. 최근에는 스마트 펫 제품도 급부상하고 있다. 자동 급식기, 자동 화장실, 펫 카메라, GPS 목줄 등 IT 기술이 접목된 제품들이다. 외출 중에도 스마트폰으로 반려동물 상태를 확인하고, 밥도 줄 수 있다. 이런 제품들은 1인 가구나 맞벌이 가구에게 특히 유용하다. 펫테크 스타트업들이 활발하게 투자를 받는 이유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게 반려동물 의료 서비스다. 동물병원 수는 계속 늘고 있고, 진료비도 상승세다. 건강검진, 예방접종, 치과 치료, 심지어 성형 수술까지 이뤄진다. 사람처럼 MRI, CT 촬영도 가능하다. 문제는 비용이다. 반려동물 의료비는 건강보험이 없어서 전액 본인 부담이다. 그래서 반려동물 보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DB손해보험, 삼성화재 등 주요 보험사들이 반려동물 보험 상품을 출시했고,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와 비즈니스 기회
펫코노미의 성장은 단순히 소비 시장이 커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직업과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업이다. 펫시터, 펫 호텔, 반려동물 유치원, 훈련소 등이 그것이다. 여행을 가거나 출장을 갈 때 반려동물을 맡길 곳이 필요한데, 과거에는 친척이나 지인에게 부탁했지만 이제는 전문 업체를 이용한다. 펫시터는 집으로 방문해서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서비스다. 산책, 급식, 놀이, 청소까지 책임진다. 펫시팅 플랫폼 앱들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더욱 활성화됐다. 펫버디, 모두의펫시터 같은 플랫폼에서 원하는 펫시터를 선택하고 예약할 수 있다. 수수료는 하루 2만~5만 원 정도로, 펫시터 입장에서는 괜찮은 부수입이 된다. 반려동물 유치원도 인기다. 낮 시간 동안 반려동물을 맡기면 사회화 훈련, 놀이, 산책 등을 제공한다. 주로 강아지가 대상이고, 월 이용료는 30만~50만 원 선이다. 비싸지만 수요는 꾸준하다. 맞벌이 부부들이 주로 이용한다. 그리고 반려동물 미용 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펫 미용사는 전문 자격증이 필요하고, 숙련되면 월 300만 원 이상 수입도 가능하다. 미용뿐 아니라 스파, 마사지 같은 프리미엄 서비스도 등장했다. 반려동물 카페, 레스토랑도 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입장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펫프렌들리 카페들이 전국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일부는 반려동물 전용 메뉴까지 제공한다. 강아지 케이크, 고양이 쿠키 같은 것들이다. 이런 카페들은 SNS 마케팅과 궁합이 잘 맞는다. 귀여운 반려동물 사진은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고, 방문객이 늘어난다. 또 하나 주목할 분야는 반려동물 콘텐츠 산업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반려동물 계정은 엄청난 인기를 끈다. 구독자 수백만 명을 보유한 펫 인플루언서들도 많다. 크림히어로즈, 떵개떵순이, 요미맘 같은 채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광고 수익, 협찬, 굿즈 판매 등으로 상당한 수입을 올린다. 반려동물이 연예인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반려동물 전문 MCN, 광고 대행사도 생겨났다. 스타트업 측면에서도 펫코노미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펫테크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활발히 받고 있다. 반려동물 건강 관리 앱, 산책 코스 추천 앱, 반려동물 SNS, 펫 커머스 플랫폼 등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유전자 검사 서비스도 등장했다. 질병 위험도를 미리 파악해서 예방하자는 취지다. 이렇게 펫코노미는 단순한 소비 시장을 넘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창업 기회를 제공하며, 관련 산업 전반을 성장시키는 경제 생태계로 자리 잡았다.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들
펫코노미는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다. 저출산은 더 심화될 것이고, 1인 가구는 더 늘어날 것이며, 고령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이 모든 요인이 반려동물 수요를 증가시킨다. 특히 고령층에게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외로움을 달래주는 존재다. 실제로 반려동물이 노인의 우울증 완화와 신체 활동 증가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그래서 일부 요양원에서는 반려동물 테라피를 도입하기도 한다. 기술 발전도 펫코노미를 더욱 진화시킬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반려동물 건강 진단, 로봇 펫시터, 가상현실 기반 훈련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 상용화될 수 있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AI 기반 반려동물 행동 분석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반려동물의 표정이나 행동 패턴을 분석해서 감정 상태나 건강 이상을 파악하는 기술이다. 또한 반려동물 푸드테크도 주목받을 것이다. 배양육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적이면서도 영양가 높은 사료를 만드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면서도 반려동물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펫코노미가 성장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있다. 첫째는 반려동물 유기 문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유기되는 동물도 함께 증가했다. 책임감 없이 충동적으로 입양했다가 감당하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교육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반려동물 등록제를 강화하고, 입양 전 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둘째는 펫티켓 문제다. 공공장소에서 반려동물로 인한 갈등이 종종 발생한다. 배변 처리를 안 하거나, 목줄 없이 산책시키거나, 짖음으로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들이다. 반려인의 시민 의식이 중요하다. 반려동물과 비반려인이 공존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는 인프라 부족 문제다. 반려동물 동반 가능 시설이 아직 부족하다. 공원, 카페, 숙박 시설 등에서 반려동물을 환영하는 곳이 늘어나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반려동물 친화적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반려동물 놀이터, 산책로, 배변 처리 시설 등을 확충해야 한다. 넷째는 의료비 부담 문제다. 반려동물 진료비는 병원마다 천차만별이고, 규제도 느슨하다. 표준화된 진료 가이드라인과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필요하다.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동물 복지 문제다. 펫코노미가 성장하면서 일부 업체들이 이윤만 추구하다 보니 동물 학대 논란이 생기기도 한다. 번식장, 펫샵, 체험 카페 등에서 동물을 열악한 환경에서 키우는 경우가 있다. 동물 복지 기준을 강화하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펫코노미는 분명 기회의 시장이다. 하지만 그 기회가 지속 가능하려면 책임감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반려동물을 단순한 소비 대상이 아니라 생명으로 존중하는 문화가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 그럴 때 펫코노미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고,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펫코노미가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다양하며,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산업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있을 것이다.
건강한 삶이 유지 되었으면 좋겠고, 사람들도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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