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균형의 화두 - 주 4일 근무제(주목 이유, 부작용, 우리의 선택)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가 바로 주 4일 근무제다. 해외에서는 이미 시범 운영을 거쳐 성공 사례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들이 도입을 검토하거나 실험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 제도가 과연 우리나라 현실에 맞을까? 직장인들은 환영하지만, 기업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생산성은 유지될 수 있을지, 인건비 부담은 어떻게 될지, 중소기업도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 쏟아진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주 4일 근무제가 무엇인지, 왜 지금 논의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제도가 우리 경제와 노동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려 한다.
단순히 하루 쉬는 날이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가 자리 잡으면서 '어디서 일하느냐'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면, 이제는 '며칠 일하느냐'에 대한 질문이 던져지고 있는 셈이다.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지 불과 몇 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주 4일제라니, 너무 빠른 변화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 흐름을 보면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을 넘어서 이제는 일 자체를 줄이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과연 이 논의는 어디까지 진전될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주 4일 근무제 정의와 주목 이유
주 4일 근무제는 말 그대로 일주일에 4일만 출근하고 3일을 쉬는 방식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형태가 있다. 첫 번째는 주 32시간 모델로, 하루 8시간씩 4일만 근무하고 총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만 줄이는 경우도 있고, 근로시간에 비례해 임금을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는 주 40시간 압축 모델로, 하루 10시간씩 4일 근무해 기존 주 40시간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총 근로시간은 그대로지만 연속된 3일의 휴식이 보장된다. 세 번째는 유연 근무 모델로, 직원이 원하는 요일에 쉴 수 있도록 하거나 2주에 한 번씩 긴 주말을 갖는 식으로 운영된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가 있다 보니 '주 4일제'라고 하면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다. 그런데 왜 지금 이 제도가 주목받을까?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일하는 방식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를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깨달았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과 실제 생산성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하루 8시간 중 실제로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연구에 따르면 평균 3시간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 시간은 회의, 잡담, 이메일 확인, 커피 타임 등으로 채워진다. 그렇다면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집중도를 높여서 4일 만에 5일치 일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해외 실험 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2,500명 이상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범 운영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생산성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향상됐고,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줄어들었으며, 삶의 만족도는 크게 올랐다. 영국에서도 2022년 61개 기업이 6개월간 실험에 참여했는데, 92%의 기업이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매출은 평균 1.4% 증가했고, 이직률은 57%나 감소했다. 일본의 마이크로소프트도 2019년 8월 한 달간 주 4일제를 시행했더니 생산성이 40% 증가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한국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높은 연봉보다 자유 시간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인재 유치를 위해서라도 기업들이 이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입의 현실적 장애물과 부작용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현실은 복잡하다. 우선 업종별로 적용 가능성이 천차만별이다. IT 기업이나 연구직처럼 개인이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은 비교적 도입이 쉽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같은 IT 대기업들이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고 있고, 일부 스타트업은 이미 주 4일제를 운영 중이다. 문제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다. 공장 라인은 누군가 계속 지켜야 하고, 식당이나 병원은 고객 응대가 필수다. 이런 곳에서 주 4일제를 도입하려면 추가 인력을 뽑아야 하는데, 그만큼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 특히 중소기업은 여유가 없다. 대기업은 시스템을 정비하고 인력을 재배치할 수 있지만, 직원 10명도 안 되는 회사에서 한 명이 하루를 쉬면 그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주 4일제는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더 벌리는 제도가 될 거라는 비판도 있다. 대기업 직원들은 3일씩 쉬면서 여유롭게 살고, 중소기업 직원들은 여전히 주 5일 이상 일하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우려는 임금 문제다. 근로시간을 줄이되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임금을 삭감하면 직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국 특유의 회식 문화나 눈치 문화도 걸림돌이다. 제도적으로는 주 4일제를 도입해도, 실제로는 쉬는 날에도 연락이 오거나 급한 일 처리를 요구받을 수 있다. 원격근무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출근을 강요하는 회사들처럼, 주 4일제도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일부 직원들은 오히려 4일 동안 업무 강도가 높아져서 번아웃을 겪을 수도 있다. 5일치 일을 4일에 몰아서 하다 보면 매일이 전쟁터가 될 수 있다. 해외 사례에서는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그건 업무 프로세스를 철저히 정비하고 불필요한 회의를 없애는 등 시스템 개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이 그런 준비 없이 단순히 근무일수만 줄인다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
미래 노동 시장의 변화와 우리의 선택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4일 근무제 논의는 계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건 단순히 복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노동 시장의 방향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해야 할 일의 양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해야 했던 반복 작업들이 이제는 기계가 대신한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더 많은 일을 만들어낼 것인가, 아니면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여가를 늘릴 것인가? 선진국들은 후자를 선택하는 추세다. 프랑스는 이미 주 35시간제를 시행하고 있고, 독일도 유연근무제가 잘 정착돼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워라밸이 가장 잘 보장되는 나라들로 꼽힌다. 그들이 경제적으로 뒤처지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1인당 GDP는 한국보다 높고, 행복 지수도 월등히 높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연간 근로시간이 가장 긴 나라 중 하나다. 그럼에도 생산성 순위는 중하위권이다. 오래 일한다고 더 많이 생산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주 4일제가 당장 전국적으로 시행되기는 어렵겠지만, 시범 사업부터 차근차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일부 공공기관에서 먼저 실험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민간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동시에 기업들도 업무 효율화에 나서야 한다.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고, 보고서 작성을 간소화하며, 실시간 협업 도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직원들 역시 책임감을 가지고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집중해서 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 4일제는 공짜로 주어지는 혜택이 아니라, 효율적인 근무 문화가 뒷받침될 때만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이 제도가 정착되면 소비 패턴도 달라질 것이다. 3일 연휴가 보장되면 사람들은 여행을 가거나 취미 활동을 즐기게 된다. 그러면 관광업, 레저 산업, 교육 산업 등이 새로운 수요를 맞이하게 된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모든 게 장밋빛은 아니다.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고, 일부 부작용도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시도해보는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주 52시간제가 처음 도입될 때도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기업이 적응했다. 주 4일제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에는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일이란 무엇인가', '인생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찾게 될 것이다. 일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일하는 시대. 주 4일 근무제는 그 시작점이 될지도 모른다.
